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9 대학교수가 된 ADHD소년 리틀 몬스터

우울증 극복 독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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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대학교수가 된 ADHD소년 리틀 몬스터 / 로버트 저겐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오해에서 시작되었다. 심리관련 서적을 읽다 보니 몰입, 집중에 관한 파트에서 자주 등장하는 인물이 있었다. 어렸을 때 지독한 사고뭉치였지만 ADHD를 극복하고 하버드 대학원 교수가 된 ‘토드 로즈’였다. 거의 다 낙제인 성적에 구제불능으로 여겨지던 그가 대학교수가 되었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고, 나도 나 스스로를 형편없이 느꼈기 때문에 그처럼 재기 가능성이 있을까 하고 관심이 가던 사람이었다.

서재를 둘러보던 중 『대학교수가 된 ADHD소년 리틀 몬스터』가 눈에 띄었다. 다른 곳에서 사례로만 접하다가 직접 쓴 글을 보게 된다는 설렘에 빠르게 책을 골랐다. 사실은 이 글을 쓰는 시점에서 내가 본 사람과 저자가 다른 사람임을 알게 되었지만, 오해 덕분에 ADHD에 대해서 생생히 접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우울증을 포함해 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것의 여러가지 불편함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의 상태를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 스스로도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누구에게도 이해 받을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고립감을 느끼고 더욱 증세가 악화되는 악순환에 들어오게 되는 것 같다. 그나마 우울증은 요즘 여러 매체에서 많이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친숙한 병이 되었지만 ADHD를 포함해 다른 많은 정신질환들은 아직도 오해 속에서 더욱 고통받고 있다.

저자는 자신이 겪어온 일들을 매우 솔직하게 풀어놓는데 사실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다. 생각을 하기 전에 말이나 행동이 앞서 나가서 겪은 곤란한 상황들을 나열하는데, 내가 주변인이었다면 너무 당황스럽고 무례하게 느껴졌을 만한 에피소드들이었다. 병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아도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이 많았다. 하지만 책을 덮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 사람 참 힘들고 외로웠겠다’는 것이었다. 내가 나의 우울을 이해못하였듯이 그도 그의 부주의함이 이해가 안되는 상태로 계속 사고를 쳤다고 생각하니 정말 막막한 감정이 들었을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괴로웠던 에피소드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ADHD의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장점으로 이용하는 방법, 일을 수행하기 위해 적합한 환경설정 등 다양한 자신만의 비법을 아낌없이 나누어 준다. 아마도 그가 지금까지 ADHD와 함께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치열하게 알아낸 것들일 것이다. 그는 지금 ADHD와 함께 행복하다고 한다. 정신, 심리에 관련된 책을 꽤 많이 읽어보려고 노력하였는데도 그 중에서 ADHD에 대해서 이렇게 자세하게 얘기한 책은 처음이었다. 지금 ADHD때문에 자책하고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같은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큰 위안이 될 것이다. ADHD를 앓고 있는 본인과 그 주변 친구, 가족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