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7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우울증 극복 독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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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 양창순

나는 방금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고 온 참이었다. 세상에 혼자 남겨진 것 같다는 고독감과 외로움을 어떻게 견뎌내야 할지 몰라 지난 몇 달간 마구잡이로 소개팅을 나가고 차고 차이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오늘은 믿고 의지하던 친한 오빠를 만나러 나갔다가 그가 나를 하룻밤 유희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확인하고 온 참이었다. 지독한 자괴감과 외로움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깊은 바다 속에 혼자 침전하고 있다는 생각 뿐이었다. 더 이상 혼자서 이겨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로 전화기를 들어, 정신과를 예약했다.

내가 스트레스 클리닉에 처음가게 된 날의 이야기다. 그 곳 서재에서 처음으로 눈에 띈 책이 바로 『나는 외롭다고 아무나 만나지 않는다』 였다. 외로움에 허우적거리며 아무나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은 채워지지 않고 오히려 상처받는 일만 많아졌다. 더 이상 스스로에게 상처주는 자기파괴적 행동을 그만하고 싶다고 생각한 나에게 딱 필요한 조언인 듯했다. 홀리듯 빌려온 이 책이 나의 서재독서 여정의 시작이 되었다.

혼자 있는 것은 외롭고, 하지만 관계를 맺는 것은 두려운 이들에게 이 책은 어떤 자세로 사랑을 대해야 하는지 차분히 설명한다. 연애를 하면서도 전전긍긍하며 연애가 잘못되어가고 있어도 놓치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들에게도 자신과 상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별을 맞이한 이들에게도 성숙한 이별의 태도에 대해 조언한다. 당신이 어떤 연애상태에 놓여있든 핵심은 당신 스스로를 돌보고 사랑하는 방법을 알아야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꾸준히 얘기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스스로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하고 있을 때는 나에게 진정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성적으로 분간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작은 호의은 내가 놓치면 안될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나를 진정으로 위하는 사랑은 날 그렇게 아껴 줄리가 없다며 의심했다. 내가 우울증에서 벗어나오는 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들은 한달음에 학교까지 달려와주신 부모님의 사랑,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데도 새벽 2시에 외롭다고 울며 전화한 나를 따뜻하게 달래준 친구들의 우정, 그리고 나의 이러한 우울까지도 사랑으로 품어준 연인의 마음이었다.

원나잇을 한 사람 중 41%가 다음날 후회하고 자책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외로움은 생전 처음보는 타인에게서 채울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불안하고 우울할수록 차분하게 정말 나를 아껴주는 사람은 누구인지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사람이 아니라면 신이나 아니면 일기장도 괜찮을 것이다. 아무쪼록 당신이 그 지독한 심해 같은 외로움에서 이 글을 동아줄 삼아 나올 수 있기를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