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5 취향의 발견

우울증 극복 독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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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취향의 발견 / 이봉호

이 책은 저자를 포함해 12명의 취향저격자들이 다양한 취향(취미)에 빠져 살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준다. 독서가, 마라토너, 애주가 등 각기 다른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사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취향이 있는 삶이 그들을 얼마나 풍부하게 만들어주는지를 이야기한다. 서재에서 책을 골랐을 때는 세상에 얼마나 재밌는 취향들이 많을까 하고 호기심이 갔지만, 저자가 너무 애정하는 취향들을 자기확신에 차서 말해서인지, 책 자체가 그렇게 흥미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것도 내 취향인 걸 어쩌겠는가! 책에 크게 집중하지 못한 덕분에 오히려 나와 내 주변이들의 취향들을 곰곰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중학교 때부터 쾌활한 미소가 아름다웠던 나의 절친한 친구는 취미가 삶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녀의 취미는 가지각색의 질감의 종이에 꼭 알맞은 문구를 찾아 한 글자 한 글자를 손글씨로 멋지게 써내는 것이었다. 그녀의 집에는 그녀가 쓴 다양한 문구들이 서로 다른 개성있는 글씨체로 원고지, 메모지, 크라프트지 등에 적혀있는 것을 집안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말을 가장 잘 어울리는 도구들을 이용해 잘 표현하고, 또 그것들로 자신의 공간을 꾸며 놓은 것이 참 자신의 인생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 같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런 모습이 참 닮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조금 힘이 날 때는 취미를 만들어 일상을 활기차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마침 주위에서 우울증 치유를 위해 ‘운동을 좀 해보라’는 권유를 굉장히 많이 받게 되었다. 처음엔 운동할 힘도 없고 다 아는 소리를 하는 주변인들이 아니꼬울 때도 있지만 틀린 소리는 아니기에 ‘정말 운동을 좀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하게 운동을 시작하기는 자신이 없어서 학교 앞 강변을 조금 뛰어볼까 싶었다. 러닝을 코칭해주는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들이 있길래, 그 중 익숙한 이름의 앱을 하나 다운 받았다. 내가 뛰고 있으면 “와! 시작이 반이에요!”, “더 나아진 당신의 모습을 상상해보세요.” 하는 등 칭찬을 아끼지 않는 친구였기에 약간 기분이 좋아져서 러닝을 시작하게 된 것이 이제 1년 정도 되었다.

지금은 하루의 끝을 마무리를 러닝으로 끝내곤 하는데, 러닝을 끝낸 후 강변 바닥에 털썩 앉아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하늘이 노을로 물드는 것을 보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특히, 좋아하는 노래의 가사에 집중하며 내가 마치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가 된 것처럼 씨익 웃어보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이다. 연구에서 쉽지 않았던 성취를 취미에서 작은 목표들을 달성해 나가며 조금씩 느껴보고 취미에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현실에서의 갈등이나 스트레스를 잠시 내려놓고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던 점이 특히 좋았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의 짐도 한결 가볍게 느껴지는 것도 취미에 몰두하는 것의 장점이다.

서두에 작가가 자신의 취향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느라 지루함을 느꼈다고 적었는데, 나도 내 취향을 말하다 보니 지루한 글이 된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나와 같은 취향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이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러닝 후에 듣는 나의 소중한 플레이리스트 2곡의 가사를 공개해보고자 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한번 나와서 뛰어보는 것은 어떨까?

취미는 사랑 – 겨울방학
출발 – 김동률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만화책도 영화도 아닌 음악 감상도 아닌

좋아하는 노래 속에서
맘에 드는 대사와 장면 속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
흐르는 온기를 느끼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면서
물을 준 화분처럼 웃어 보이네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그냥 사람 표정인데
몇 잔의 커피값을 아껴
지구 반대편에 보내는
그 맘이 내 못난 맘에 못내 맘에 걸려
또 그만 들여다보게 돼

그녀의 눈에 비친 삶은 서투른 춤을 추는 불꽃
따스함을 전하기 위해 재를 남길 뿐인데
미소가 어울리는 그녀 취미는 사랑이라 하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