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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4 사람풍경
우울증 극복 독서록
#4 사람풍경 / 김형경
요즘엔 융합이 대세라고 한다. 여기저기서 융합인재를 육성한다는 심심치 않게 듣게 된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듯 과학자가 보는 영화,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같은 류의 책들도 종종 나오곤 한다. 김형경의 『사람풍경』은 말하자면 소설가가 본 정신분석 에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신분석이라는 단어가 흥미롭게 느껴져 정의를 찾아보니 ‘무의식의 내용과 그 과정에 담긴 역동을 분석하는 것 (네이버 지식백과)’ 이라고 한다. 조금 더 쉬운 말로 풀자면 우리의 행동이 내면의 어떤 심리를 표출한 것인지 분석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클리닉을 다니기 이전부터 종종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스스로 의아해한 적이 있다. 혹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하여 혼자 과거를 되짚어 보기도 하고 내가 성장과정에서 이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했던걸까 궁금해하기도 했다. 그러한 분석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학문이 정신분석학이라니 나에겐 매우 신기하게 다가왔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김형경씨는 정신분석을 전문적으로 배운 심리학자도 정신과 전문의도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는 전문가를 통해 오랜 시간 정신분석을 받아보고 스스로 내면을 파헤쳐보면서 정신분석에 관해 알아간 비전문가이다. 비록, 저자가 정신분석학에는 비전문가이긴 하지만 글쓰기에는 전문인 작가이니 때문에 오히려 쉽고 편안하게 읽힐 수 있는 정신분석책이 탄생할 수 있었다. 본인의 현재 행동과 과거의 경험을 넘나들며 치밀하게 심리를 분석하고 타인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불안, 분노, 질투, 시기심부터 자기애, 에로스, 친절과 용기까지 다양한 감정을 하나하나 풀어나간다. 각각의 감정에 대해 본인의 경험을 들어 굉장히 치밀하게 파헤쳐 보기 때문에, ‘아니 이렇게까지 과거 경험을 엮는 건 무리는 아닌가?’라는 의심과 ‘이런 관점으로도 유아기적 경험을 엮을 수 있구나’ 하는 감탄까지 넘나드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저자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각각의 심리를 분석할 때마다 서로 다른 여행지에서의 경험과 감정이 풍부하게 등장한다. 덕분에 정신분석에 꼭 관심이 없더라도 저자의 여행을 함께하는 것 같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이 되었다. 한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과거의 경험들과 엮어 어떻게 내밀하게 분석해내는지 따라가보고 싶다면 당신에게도 즐거운 책이 될 것이다.
사족)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읽은 후 작가에 관심이 생겨서 읽게 된 책이다. 소설책을 읽을 때는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이 대체 무엇이라는 건지 알 듯 말 듯하였는데, 에세이 ‘사람풍경’에 저자가 그 뜻에 대해 명확히 설명한 구절이 있어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참 정확한 기준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에세이와 소설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관련 책: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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