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2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우울증 극복 독서록

Featured image

#2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 임세원

치료자와 상담을 할 때면 못난 생각이 가끔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선생님은 안정적인 직장이 있고 사랑하는 가정을 이루었잖아요. 그런데도 내 아픔을 이해할 수 있나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삐뚤어진 마음을 품었다는 것 만으로도 스스로 자책하며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대학병원 교수인 정신과 의사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우울증 환자이기도 하다. 저자에게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만성 통증이 시작되면서 우울증도 함께 찾아오게 되었다. 나의 치료자가 나의 아픔을 잘 모르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 의사이자 환자인 저자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누구보다 의학적인 지식을 잘 알고 있을 의사도 본인이 아플 때는 여러가지 비과학적 방법에 매달리게 되고 죽고 싶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나의 경우에도 많이 아플 때는 온갖 종교서적들의 기도비법이나 기적행위들을 따라해보았고 그 후 몰려오는 자괴감을 견디기 어려웠다. 특히 나처럼 과학기술을 영역에 몸담은 학생들은 과학적사고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더 괴로울 수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비과학적인 행동을 하는 나를 스스로 비난하며 악순환에 빠져든다. 하지만, 의사도 그럴 수 있음을, 그 누구라도 그럴 수 있음을 알고 자신을 조금 덜 괴롭혔으면 한다.

이해인 수녀님의 시 중 ‘아플 땐 누구라도 외로운 섬이 되지’라는 구절이 있다. 몇 년 전 나는 심장이 타는 통증, 죽을 것 같은 공포심, 수면장애, 이명 등으로 굉장히 힘든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 때는 정말이지 내가 혼자인 것만 같고 누구도 날 도와줄 수 없을 것이란 외로움이 몰려온다. 저자도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는 통증 속에서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모든 걸 떠나고 싶었는 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아마 당신도 지금 고통 속에 있는 사람이라면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야 하는 이유와 설령 이러한 고통을 계속 가지고 있더라도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말해주고 있다. 우리는 종종 죽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사실은 죽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괴로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뿐이다. 그러한 괴로움을 어떻게 떨쳐버리며 살아갈지 저자는 본인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세하게 말해준다.

나의 경우, 몇 년 전 통증이 정말 극에 달했을 때는 이 긴 터널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었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좋아졌다. 아직 이명이 계속 들리긴 하지만 더 이상 이명 때문에 우울해지지는 않는다. 지금 터널 한 가운데에 있다면, 그 터널을 조금은 앞서 지나가고 있거나 아니면 함께 걸어가고 있는 나와 저자의 사례를 보며 희망을 얻었으면 한다.

관련 책: #이해인 ‘병상일기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