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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정신과 서재_#1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우울증 극복 독서록
#1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 존 그레이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꽤 긴 시간동안 한 사람과 연애를 했지만,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연애를 하면서도 늘 외롭고 슬프고 괴로운 감정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나의 연애능력에 대해 신뢰가 전혀 없었다. 사랑에 대한 자신감도 없고 대학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도 적응을 못하고 있을 때, 나의 우는 소리를 묵묵히 들어주던 진중한 친구가 한 명 있었다. 늘 차분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습에 고마운 마음이 들었고 이내 호감을 가지게 되었다 . 사랑을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호감을 가질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는 마음을 막을 수가 없어서 사랑을 공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한 후 처음으로 읽은 책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번 읽는 중에 한번, 불편한 마음이 들은 부분이 있었다. 읽기 전의 불편함은 막연한 나의 방어의식 때문이었다. 나는 친가, 외가를 통틀어 유일한 여자아이였고, 어렸을 때부터 공학에 관심이 많았었기 때문에 자연스레 남초집단에서 자라왔다. 대다수가 남자인 환경에서 자라다보니 의도치 않게 여성적인 것은 이질적이고, 가끔은 열등한 것으로 받아들이기 쉬운 환경에 놓여지게 되었다. 그래서 여자지만 남자만큼 혹은 남자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서 살아야 한다는 무의식적인 강박이 있었다. 남녀의 차이에 대해 논하는 글을 접할 때 나의 그러한 무의식이 불편감을 느끼게 하였다. 다르다는 것이 우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계속 이해시키려고 노력하였고 그 결과로 이 책을 읽어볼 용기를 가지게 되었다. 읽던 중 느낀 불편감은 저자가 대화체를 적을 때 아내는 남편에게 해요체를, 남편은 아내에게 하오체를 써서 미묘하게 위계가 느껴진다는 점이었는데, 번역상의 문제라고 본다.
이 두 가지 미묘한 불편감을 제외하고는 이성과의 인간관계를 맺는데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 책이었다. 연인간의 싸움은 ‘나는 이렇게 해주는데 너는 왜 그게 안 돼?’에서 오는 서운함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자는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상대방이 다른 행성에서 와서 생활습관과 행동양식이 전혀 달라 통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동일한 사회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이라도 , 성별에 따라서 전혀 다른 사회적인 압력을 느끼고 집단 안에서 향유하는 문화도 다르다. 동일한 사건 이어도 상대 성별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음을 인정한다면 대화의 실마리를 찾기가 더욱 쉬워질 것이다. 책에서는 친절하게 화성에서 살던 남자와 금성에서 살던 여자의 행동방식과 언어 통역 방법까지 제시하고 있으니 바로 통역기를 사용해봐도 좋을 것이다.
새로운 이성을 찾는 사람들 보다는 연인과 이제 막 관계를 시작하려 하거나, 오랜 시간동안 갈등을 겪은 커플 등, 이미 연인이 있는 사람들이 보면 더 유용할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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