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리즈] 4번째 WTM 장학생, 김나영

Google WTM 장학생 #4,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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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11명의 Women TechMakers 2019 장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Women TechMakers는 전세계 테크 분야 여성들의 커뮤니티로 Google 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 여성 CS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여 미래 과학기술자를 육성하는 장학프로그램을 주관합니다. 미래 연구자 및 엔지니어로서의 삶과 WTM 장학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읽어보세요. (https://www.womentechmakers.com/)

WTM장학생 프로그램은 모집여부나 프로그램의 구성이 매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전산학부에 재학중인 김나영입니다. 수리과학과 복수 전공하고 있어요.

앗.. 수학전공하시는 분은 정말 드물게 보았는데..! 수학과 전산을 함께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중고등학생 시절부터 수학을 하고 싶었어요. 현대 대수나 위상 수학과 같이 매우 추상적인 분야에도 흥미를 느꼈지만, 이렇게 추상적인 언어가 현실에서는 어떤 것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때가 좋았어요.

CS는 수학과 가장 맞닿아 있는 분야 중 하나에요. 알고리즘의 정당성을 분석하거나, 어떤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하는 등의 모든 부분이 수학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를 비롯해서 수학을 하는 학생들이 컴퓨터 공학으로 오게 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네요.

요즘엔 어떻게 지내고 있으신가요?

3학년이 되고 진로를 정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이런 저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 저는 실제 생활에서 활용되는 프로젝트를 하는 것보다는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는 것을 더 좋아해서, 취업과 대학원 진학을 할 때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은 내가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이 무언가에 대한 것이에요.

최근에는 사람 시각 시스템과 컴퓨터 비전 기술의 상관관계, 특히 색체 인식에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거나 컴퓨터 비전 분야를 선택하고 싶어요. 졸업까지 남은 1년간 더 고민해보려고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학업 외적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에요. 장래에 제가 직업으로 가지고 싶은 일은 그림 그리는 것과 연관되어 있어요. 그림 그리는 것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림은 사람의 시각 시스템으로 인지하는 세상을 2차원의 공간에 선과 면으로 옮겨온 작업이죠.

이것을 만약 컴퓨터가 한다면 센서를 이용해서 사진을 찍고 그것을 바탕으로 화면의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이 될 거에요.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아직 사람의 눈만큼 좋은 카메라는 존재하지 않아요.

물론 화질이 더 좋은 영상을 가지고 올 수는 있지만, 화질이 좋다고 정보를 더 잘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죠. 제가 장래에 하고 싶은 일은 사람의 시각 시스템을 최대한 모방한 컴퓨터 비전 기술에 기여하는 일이에요.

Google WTM 장학생에 대하여…

WTM 장학생이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WTM을 어떻게 알게되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지원해볼 생각을 하셨나요?

구글에서 여학생 개발자를 위한 캠프, DWG (Develop with Google)를 열었는데, 캠프를 담당하셨던 인사 담당자 분께서 WTM에 지원해보라고 추천을 해주셨어요. (DWG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WTM과는 달리 한국 오피스에서 하는 행사이니 영어에 대한 부담 없이 신청하시면 좋을 거에요.) 다른 나라에서 온 여학생 개발자들과 만나고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구글이 여학생 개발자를 위한 캠프도 운영하나요? 장학생 프로그램과 뭐가 다른 건가요?

여학생 개발자를 위한 캠프 (Develop with Google)은 겨울 방학마다 하는 프로그램으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여학생들과 구글러 분들이 멘티와 멘토가 되어서 8주간 진행됩니다.

이번 2020년이 4번째 행사인데 매년 캠프의 방향성이 조금씩 달라요. 제가 참여했던 2019년 캠프는 매주 컴퓨터 공학의 다른 분야에 대한 세션을 열고 세션이 끝나면 여학생들과 구글러 분들이 교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년 10 ~ 11월 정도에 공고가 올라오고, 11월에 코딩 테스트를 보고 2차 시험 혹은 면접을 치른 뒤 1 ~ 2월에 캠프가 진행이 됩니다.

WTM 지원할 때 CV를 제출해야 되잖아요. 여러 경력들과 수상이 필요한가요? 어떤 내용들을 채우셨나요?

특별한 수상 경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CV는 학업, 프로젝트 경험, 그 외에 자신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을, 간략하게 1페이지 정도로 요약해서 제출해주시면 됩니다.

저의 경우에는 제가 대학에 와서 들었던 과목들과, 수업 때 해보거나 개별 연구 때 했던 프로젝트에 대해서 적었어요. 평소에 관심 있었던 분야가 있으시다면 그 계기와 그것에 대해 실제로 해본 프로젝트에 대해 적어주시면 될 것 같아요.

지원을 영어로 해야 하는데.. 영어에 거부감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영어로 지원을 하셨죠?

학교에서 영어 수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지원을 할 때 전공 관련 이야기를 할 때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어요. 그리고 전공 관련 이야기나 자료를 제출할 때에는, 코드의 일부분을 함께 제출하면 되기 때문에 맥락만 통하면 되어서 번역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으시면 훨씬 편안하게 지원서를 작성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제 경우에는 면접의 영어 질문을 받고 굉장히 고생했어요. 보통 나오는 질문이 WTM의 취지를 살린 것인데, 사회적 다양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에 어떻게 기여하고 있거나 기여하고 싶은지 한 번쯤 미리 영어로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면접은 어떤 식으로 준비하셨나요? 면접 문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던가요?

면접은 15분 정도의 알고리즘 면접과 30분 정도의 인성 면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5분 안에 문제를 풀고 코딩까지 마쳐야 하기 때문에 아주 어려운 문제는 나오지 않아요. 평소 즐겨 쓰는 언어로 기본적인 데이터 구조나 알고리즘에 대해 직접 구현을 해보신다면 도움이 되실 거에요. 그리고 인성 면접에서는 적어도 하나의 영어 문제가 나오기 때문에 미리 연습해보시면 좋겠네요.

어떤 사람들이 WTM에 지원할 자격이 될까요? 구글 장학생이라니… 되기 힘들진 않나요?

사실 저는 운이 좋게 WTM 장학생으로 참가하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WTM 장학생이 되고 나서 오히려 사회의 다양성 문제에 대해 자각하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다양성 문제 특히 양성 평등에 대해 관심이 있고 개발자로서 이 문제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충분한 지원 자격이 있으신 거에요!

WTM retreat에서 인상깊었던 활동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WTM Retreat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패널 토크였어요. 서로 다른 나라에서 왔음에도 직장에서나 학교에서 여성 개발자로서 겪는 고충이 경중은 다를지라도 비슷하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공감하고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구글에 계신 여성 개발자 분들이 패널로 나와서 장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했었다고 공감해주시고 먼저 고민한 내용을 말씀해주신 것이 인상적이었어요.

CS와 나, 나와 CS

수학을 하신다고 하니까, 수학과에서 어떤 과목이 재밌었는지, 그리고 특히 CS에 도움이 되었던 과목이 있었는지가 궁금해요!

CS 역시 공학의 한 분야이고 데이터를 다루기 때문에, 미분방정식 개론, 선형대수학 개론과 확률 및 통계처럼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과목들이 있습니다.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수학은 공학과 자연과학의 언어라는 점입니다.

보통의 수학 과목에서는 정의를 하고 정의에 따라 서로 같은 것끼리 묶고 그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성질들을 관찰해요. 이것은 어떤 분야에서나 어떤 현상을 엄밀하게 따져볼 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면 좋을까요? 동아리? 인턴? CS분야에 도움이 되었던 활동들을 소개해주시겠어요?

중고등학생 때에는 수학과 영어를 탄탄히 쌓아 두시는 것이 좋아요. 수학을 열심히 해두면 좋은 이유는 수학이 컴퓨터 과학의 많은 개념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가 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영어도 굉장히 중요한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는 공부에 도움이 되는 자료가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열려 있는 편인데 영어로 된 자료도 많기 때문이에요. 평소 궁금한 점들을 영어 문서로 찾아보는 습관을 들여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CS 분야에 진입한 이후에는 여러 알고리즘 대회에 나가면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아요. 구글 kickstart나 codeforce 등의 대회에 참가해보세요. 평소 공부할 때에는 leetcode나 백준 온라인, 삼성 sw expert academy에서 알고리즘 문제를 풀어보면 좋습니다.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는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함께 공부할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함께 공부하면 서로 어떤 개념을 설명해주면서 더욱 이해가 잘 되기도 하고,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을 때 함께 할 사람을 모으기에도 좋기 때문이에요.

그럼 혹시 비 CS 활동들 중에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그냥 무엇이든 상관 없이 오래 배울 수 있는 취미가 있으면 좋겠어요. 오래 공부하면 반드시 슬럼프가 오는데 취미가 따로 있다면 위로가 될 거에요! 제가 요새 좋아하는 일은 그림 그리는 일인데요. 저는 평소에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어요. 소묘도 해보고, 크로키도 해보고, 수채화 물감이나 아크릴 물감 등 여러 가지를 해보고 있어요. 크지 않은 스케치북에 그리면 시간도 많이 안 써도 되어서 틈틈이 하면서 다채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좋더라고요. 공부가 길어질 수 있는 만큼 오래 배울 수 있고 본인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추천합니다.

CS분야를 막 공부해보려는 학생들에게 CS 영업 좀 해주세요..! CS하면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

CS는 이제는 모든 분야의 기본 도구가 된 것 같아요. CS를 하면 어떤 일을 하든 그 일을 함에 있어서 한 가지 도구가 늘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그 어떤 분야를 가도 CS를 할 수 있다면 일을 훨씬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요.

장점만 있진 않을 것 같은데..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단점은 CS 분야에 와서 코딩을 하다 보면 오랫동안 모니터 앞에 있다 보니 눈이나 허리가 상하기 쉬운 것 같아요. 적당한 운동과 관리는 필수입니다.

CS와 수학을 함께 공부하는 여학생은 정말 더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학과 전산에 관심있는 여학생들에게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CS에도 여학생이 드물지만 수학을 같이 하는 여학생은 정말 드물죠. 수학과 수업을 가면 10명중 여학생은 많아야 1~2명이 있어요. 무학과에서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는 우리 학교에서도 수학을 선택하는 인원이 이렇게 적은 것이, 여학생들은 정말로 수학을 좋아하지 않는 것 때문일까 하는 생각에 우울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학과를 선택함에 있어서 이미 남학생이 많을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 자체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혹은 이 길로 들어서기까지 사회적인 편견에 압도당한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죠.

수학은 추상적인 것을 다루기 때문에 자신의 생각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 소통과 교류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과목입니다. 남학생이 대부분인 분위기에 부담을 느꼈다면 충분히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이것은 저의 생각이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죠. 그래서 수학과 진학을 망설이는 여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CS를 선택하려는 여학생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말입니다.) 일단은, 본인이 여학생이라는 것이 본인의 여러 가지 특징 중 하나일 뿐인 것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네요. 사실 저에게는 제가 여성이라는 것이 크게 중요한 점이 아니거든요.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학 분야에서 뒤떨어진다는 편견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리고 수학과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남학생들이 여학생들과 크게 다른 사람들은 아닙니다. 그냥 똑같이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일 뿐입니다. 진학 결정에 성별이 이유가 되어서는 안돼요.

하지만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 있어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할 것이고, 개인으로서 맞서 싸우기에는 어려움이 많겠죠. 이미 여성이 소수인 수학이나 CS 분야에 들어온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하겠죠. 큰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를 인식하도록 도와주고 더 단단한 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긴 인터뷰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추가로 여쭤보고 싶으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더 궁금하신 내용이 있다면 grace021@kaist.ac.kr 이나 grace12021@gmail.com으로 연락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