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리즈] 11번째 WTM 장학생, 김민아

Google WTM 장학생 #11,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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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11명의 Women TechMakers 2019 장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Women TechMakers는 전세계 테크 분야 여성들의 커뮤니티로 Google 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 여성 CS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여 미래 과학기술자를 육성하는 장학프로그램을 주관합니다. 미래 연구자 및 엔지니어로서의 삶과 WTM 장학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읽어보세요. (https://www.womentechmakers.com/)

WTM장학생 프로그램은 모집여부나 프로그램의 구성이 매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재학중인 학부생 김민아입니다.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겨울방학동안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Human Computer Interaction (HCI)) 관련 학교 연구실에서 연구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HCI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컴퓨터와 좀더 상호작용을 잘 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제가 HCI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컴퓨터 공학 기술을 연구, 개발할 때 항상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에요.

이 분야에 오기 전까지는 논문을 읽는 것에서 재미를 많이 못 느꼈었는데 HCI 분야에 와서는 논문도 재미있게 읽고 있고 연구실 사람들과 연구 이야기로 열띤 토론도 많이 하면서 연구실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부생 때 연구인턴을 할 수도 있군요! 보통 학부연구생들은 어떻게 연구를 지도받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나요?

카이스트의 경우는 학부생이 자신이 관심 있는 연구실에 컨택해서 ‘개별연구’, ‘URP (Undergraduate Research Program)’ 등을 신청해 학부 때 연구를 경험해볼 수 있어요. 제가 일하고 있는 이번 연구실은 카이스트 학생들 뿐 아니라 전세계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모집 공고를 내서 면접 등을 통해 학부생 연구 인턴을 뽑는 방식이었다는 점이 약간 달랐어요.

그리고 본인의 학교에 있는 연구실 뿐 아니라 전세계 굉장히 많은 대학들에서 학부 연구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시면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 같고 교수님들께도 여쭤봐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연구 지도 방식과 학부생이 할 수 있는 일들은 랩마다 멘토마다 스타일이 너무 달라서 잘 알아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지금 있는 연구실에서는 멘토와 연구 프로젝트를 같이 진행해나가고 있는데 프로젝트 초반에 들어갔기 때문에 연구 문제를 정의하는 과정부터 참여해 경험하고 있어요.

진학이나 취업에 대하여 생각하고 있는 계획이 있으신가요? 진로 결정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는 것이 좋을까요?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보면서 자기 나름의 가치관을 만들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우선 들어요. 대학원에서는 무엇이 문제인지 찾는 일에 좀더 집중하고 회사에서는 이미 정의된 문제를 어떻게 하면 잘 풀 수 있을지에 좀더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좀 더 살아보면서 저도 생각을 업데이트해나갈 것이지만 지금은 ‘연구자’와 ‘개발자’의 역할이 그렇게 딱 가를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회사에서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분들도 봤고 대학원에서 개발을 하기도 하니까요. 회사에 있다가도 대학원에 갈 수도 있고 대학원에 있다가도 회사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진학/취업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저는 앞으로 제가 공학을 통해 풀어나가고 싶은 문제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현재의 제가 가장 많이 배우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지를 많이 생각하는 편이에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으시다면…?

새로운 것을 경험하고 배우면서 계속해서 제 꿈도 업데이트가 되고 있어요. 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의 저는 HCI적 관점에서 information retrieval (정보 검색)의 interaction 방식을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컴퓨터 공학 쪽에서 제가 풀고 싶은 문제는 그런 부분들이고 그 외에 다른 꿈은 초등학교 때부터 쭉 가지고 있던 꿈인데 작가가 되는 것이에요. 소설책, 드라마, 혹은 영화 등 어떤 방식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Google WTM 장학생에 대하여…

장학생이 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WTM을 어떻게 알게 되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지원해볼 생각을 하셨나요?

2019년 1, 2월에 진행되었던 Develop with Google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WTM 장학생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어요. 우선 이런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까 지원에 도전해볼 이유가 도전해보지 않을 이유보다 많아서 지원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많은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붙을지 안될지 예측도 전혀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삶, 했던 생각들을 정리한다는 생각으로 지원서를 써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해보았던 것 같아요.

WTM 지원할때 CV를 제출해야되잖아요. 여러 경력들과 수상이 필요한가요? 어떤 내용들을 채우셨나요?

이력서를 제출했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주관식 질문들에 대해 적어서 제출해야 되었던 것이 기억이 나네요.

  1. 어떻게 컴퓨터 공학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어떤 경험들을 통해 어떤 꿈,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서술하는 질문
  2. 컴퓨터 공학에서 소외된 사람들 (underrepresented groups)을 위해 본인이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를 묻는 질문
  3. 가장 의미 있었던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질문 (파일로 제출)

이렇게 있었어요. (마지막 질문은 정확한 질문은 기억나지 않아요.) 진심을 담아 글을 쓰면 그 글을 읽는 사람도 그 진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을 해서 제 솔직한 생각을 글에 담으려고 노력했어요.

1번 질문은 지금까지의 제 여정을 돌아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담으려고 했어요. 2번 질문은 정말 지금까지 이렇다할 만한 일을 한 적이 없어서 무엇을 써야 하나 진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교육 봉사 경험이 있긴 했지만 CS 가 아니라 수학을 가르치는 일이었어서 쓰지 않았고 회사의 팀 내에서 참여하던 스터디 모임에서 web accessibility (웹 접근성)에 대한 발표를 하고 팀원들과 토의했던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작성했어요. 3번 질문은 그 당시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으로 일하면서 수행하고 있던 프로젝트에 대한 내용을 썼어요. 어떤 식으로 제가 문제를 접근해서 풀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배운 점들은 무엇인지를 보고서 형식으로 썼어요.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작성하고 제출 전에 팀장님께 보여드리고 외부에 공개하기 조심스러운 내용들을 점검한 뒤 제출했어요.

지원을 영어로 해야 하는데.. 영어에 거부감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영어로 지원을 하셨죠?

저는 영어로 대화하는 것도 좋아하고 영어로 책을 읽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에요. 모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인처럼 영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지는 못하더라도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어떻게든 표현해낼 수 있으면 괜찮다고 생각하기도 하구요. 하지만 저의 영어 말하기 능력은 때에 따라 왔다갔다 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영어를 쓰는 환경에 저를 가져다 놓으면서 좀더 실력을 향상시키고 싶어요.

면접은 어떤 식으로 준비하셨나요? 면접 문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던가요?

알고리즘 문제 풀이도 조금 준비하고 리더십 관련 문제가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혼자 나름대로 예상 질문을 생각해보고 영어로 답변하는 연습을 해보았어요. 자기소개는 꼭 물어볼 것 같아서 영어로 어떻게 말할지 몇 번 혼자서 중얼중얼해보고 갔어요.

어떤 사람들이 WTM에 지원할 자격이 될까요? 구글 장학생이라니… 되기 힘들진 않나요?

관심이 있으면 지원해보아요! 저도 제가 WTM 장학생이 될지 예상하지 못했었어요. 대단한 것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더라도 underrepresented group in tech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는 분들이라면 정말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 말고도 뭔가를 지원할 때 해보고 싶은데 자신이 없어서 지원을 포기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밑져야 본전이니까요!

WTM retreat에서 인상깊었던 활동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Keynote speech 연사님이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이야기를 하면서 ‘Most of the times, I didn’t know what I was doing.’이라는 말씀을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람 사는 것은 다 비슷하구나. 모두들 처음부터 뭔가를 하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의 이유로 선택을 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억에 남아요.

그리고 또 인상깊었던 경험은 Retreat 중 Kickstart 라고 구글에서 주최하는 온라인 코딩 대회 문제에 대한 해설 세션이 있었는데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던 다른 나라 장학생 친구가 competitive coding을 엄청 잘 하는 친구였어서 Kickstart 문제 하나에 대해 그 친구에게 풀이가 궁금하다고 말을 걸었었어요. 그 친구의 논리 전개 설명을 들으면서 정말 재미있었어요. 그 친구는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는 것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질문하고 그 친구가 최선을 다해서 알려주고 하니까 결국 제가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는데 기억에 남는 경험이었어요.

CS와 나, 나와 CS

처음 CS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긴 이야기이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코드를 짜는 것이 재미있고 제가 상상하는 것을 코드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전 대학교에 와서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제대로 배워보았어요. 고등학교 때인가 정보 과목이 있어서 그때 순서도(?) 등을 배웠던 것도 같지만 이것은 제가 CS 과목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와는 거의 상관이 없구요. 아무튼 대학교 시절동안 저는 제가 오랫동안 즐기면서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어서 이 분야 저 분야를 많이 두드려보았어요.

그러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를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저는 코드를 짜고 버그 (코드의 오류)가 나면 논리적인 오류를 찾아 버그를 고칠 때의 그 짜릿함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코딩이 생각대로 안 풀릴 때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문제를 해결했을 때 찾아오는 뿌듯함 때문에 계속 프로그래밍 과목을 찾아 듣게 되었던 것 같아요.

‘평생 컴퓨터 모니터를 보면서 살면 별로일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CS에 대해 가장 망설였던 이유였는데 그 생각보다 ‘난 코딩을 하는 것이 재미있다.’라는 생각이 좀더 크게 작용해서 CS 분야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CS 과목 중에 특히 어떤 게 재미있으셨나요? 이 수업은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과목 선택을 할 때 다른 사람들로부터 과목 후기 등의 조언을 얻는 것도 좋지만 결국 그 과목을 들을지 말지를 결정할 때에는 본인만의 이유가 있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것은 다 다르니까요. 제 과목 선택의 기준은 보통 ­그 시기의 제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었어요.

컴퓨터 네트워크 수업이 기억에 남는데요. 수업 첫 날 교수님이 ‘유튜브 동영상이 재생되기까지의 과정을 아시나요?’의 질문으로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이 수업을 듣기 전에는 기본적인 네트워크 지식조차 없는 상태였는데 이 수업을 통해 제가 쓰고 있는 서비스들의 뒷단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많이 생각해보고 배울 수 있어서 기억에 남아요. 컴퓨터 네트워크 각각의 레이어 (layer)를 배울 때마다 그것을 구현하는 코딩 숙제를 했던 것도 재미있었구요.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려면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면 좋을까요? 동아리? 인턴? CS분야에 도움이 되었던 활동을 한가지 소개해주세요!

그 순간의 자신이 끌리는 경험들을 많이 해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똑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정말 다르기 때문에 직접 겪어보지 않고서는 그 경험이 나에겐 어떤 의미일지 알기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해요. 저는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 경험을 한 것이랑 지금 연구실에서 연구 인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런 경험들 뿐 아니라 같이 CS를 하는,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서로를 응원해줄 수 있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저에게는 이 길을 걸어갈 때 정말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일이었어요.

그럼 혹시… CS가 너무 좋아서 컴퓨터만 하시는 건 아니신가요..? 다른 비 CS 활동들 중에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코딩 천재가 아니기 때문에 CS는 나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괴짜 코딩 천재의 이미지는 사회가 만들어놓은 고정관념적인 이미지인 점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CS 분야를 할 때 발휘할 수 있는 힘도 엄청나거든요! 예를 들어 HCI 분야에는 심리학, 교육, 예술 등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협업하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 같아요.

장점만 있진 않을거같은데.. 단점은 뭐가 있을까요?

하루종일 모니터만 보고 있으면 눈도 피로하고 자세도 안 좋아질 것 같아서 조심해야 할 거 같아요.

CS를 공부하려고 하는, 아니면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특별히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인생은 길고 다 살아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려고 하고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지금까지 이룬 것들을 나의 삶과 비교를 하다보면 ‘나는 CS에 왜 좀더 빨리 오지 못했을까’, ‘나는 왜 이걸 해보지 않았을까’ 등등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인데, 원하는 모든 것을 빨리빨리 이루려고 하지 말고, ‘이거 아니면 절대 안 돼’ 이런 생각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앞으로의 일들을 해나가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해주고 싶어요.

원하는 모든 것을 그때그때 항상 얻는 삶은 그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 1지망으로 바라던 것이 잘 안 되고 차선책을 가게 되었을 때가 오히려 나중에 알고보니 더 좋은 선택이었던 경우도 많더라구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인터뷰에서 제가 했던 답변 내용들은 모두 ‘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로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