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시리즈] 6번째 WTM 장학생, 조현성

Google WTM 장학생 #6, 조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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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인터뷰] 11명의 Women TechMakers 2019 장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시리즈입니다. Women TechMakers는 전세계 테크 분야 여성들의 커뮤니티로 Google 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년 전 세계 여성 CS학생들을 대상으로 장학생을 선발하여 미래 과학기술자를 육성하는 장학프로그램을 주관합니다. 미래 연구자 및 엔지니어로서의 삶과 WTM 장학생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함께 읽어보세요. (https://www.womentechmakers.com/)

WTM장학생 프로그램은 모집여부나 프로그램의 구성이 매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KAIST 전산학부 석사과정 다니고 있는 조현성이라고 합니다. Mobile computing과 HCI (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 연구를 하고 있어요.

요즘 근황은 어떠신가요?

어제 석사 디펜스를 마쳤어요!!! 2월에 졸업하고 같은 연구실에서 박사과정 진학 예정이에요.

와 축하드려요!! 산 하나를 넘기셨네요! CS에는 처음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제가 학부도 카이스트를 나왔는데, 카이스트의 장점이 1학년에 무학과제도를 운영해서 모든 1학년이 필수 과목으로 물리, 미적, 생물, 화학, 프로그래밍을 들어야해요. 원래 카이스트 입학 할 때는 CS를 제대로 접해본 적이 없어서 전산과는 생각도 안하고 신소재공학과나 기계공학과를 가려고 했었는데, 1학년 때 CS101 프로그래밍 과목을 너무 재미있게 들어서 그게 계기가 됐어요. 과제를 할 때 문제가 주어지면 해결 방법을 디자인하고 코드로 옮기고 실행되는 걸 바로 볼 수 있는과정이 재밌었던 것 같아요.

CS 과목 중에 특히 어떤 게 재미있으셨나요? 이 수업은 꼭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저는 주로 프로젝트 위주 과목들을 좋아하는데 ‘모바일 컴퓨팅과 응용’ 수업을 가장 재미있게 들었어요. 절대 저희 교수님이 하시는 수업이라 그런 건 아니구요…ㅋㅋㅋㅋ 모바일 컴퓨팅 분야의 최신 논문들을 다루고 팀 프로젝트도 하는 과목이에요. 학부 4학년 때 들었는데 수업에서 소개하는 논문 하나하나가 너무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이 수업을 듣고 관심이 생겼다가 이렇게 곧 박사진학까지 하게 되었네요.

수업에 흥미를 느껴서 박사까지 진학하게 되셨네요? 현재 하고 계신 모바일 컴퓨팅과 HCI 분야는 어떤 분야인가요?

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학부 때 수업이나 연구실 인턴을 통해 접했던 재미있는 연구들이 많았는데, 나도 저런 걸 더 공부해보고 만들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놓지 못해서 석사진학을 선택했습니다. 석사과정동안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아직은 연구하는게 재밌어서 박사도 진학하게 됐어요!

모바일 컴퓨팅은 정말 간단하게 말하자면 스마트폰, 스마트워치나 IoT 기기처럼 “mobile”한 컴퓨터들을 더 잘 사용하기 위한 분야에요. 기존(이라고 하기엔 이제는 고전적인 것에 가까운 것 같지만…) 네트워크, 운영체제, 프로그래밍 언어, 머신러닝 같은 다른 분야의 지식들을 주로 무선이고 리소스나 컴퓨팅 파워가 제한되어 있는 모바일 환경에 더 잘 맞게 redesign하는 것이 큰 줄기이구요.

보통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 기기에는 카메라, 마이크, 모션 센서 등 많은 센서들이 내장되어 있어요. 이렇게 센서들을 이용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사용자에게 유용한 새로운 시스템이나 어플리케이션을 만들기도 해요. 기존에는 병원에 가야만 알 수 있다든지, 접근성이 낮은 고가의 장비로만 가능했던 것을 모바일 기기에서도 가능하도록 하는 연구도 있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는 사용자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컴퓨터이기 때문에,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서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를 관찰하고 탐구하기도 해요.

HCI는 한국어로 하면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에요. 말 그대로 인간과 컴퓨터가 더 잘 ‘상호작용’ 할 수 있도록 인간이 컴퓨터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인터랙션 방식 자체를 탐구하기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인터페이스를 만들기도 해요. 몇가지 예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모바일 컴퓨팅이나 HCI분야 자체가 네트워크나 머신러닝 같은 다른 CS 분야나 심지어 의학, 심리학, 사회학 같은 다른 분야의 지식을 많이 응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다양하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여러 분야의 지식을 모아서 사용자를 위해 새로운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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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소개된 조현성씨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연구 영상 (클릭시 영상으로 이동)

연구자의 길을 걷고 계시는데, 앞으로 해보고 싶으신 일이 있나요?

저는 사용자와 밀접한 application쪽 연구를 하고 있는데, 지금은 학교에서 연구를 하다 보니 프로젝트들이 주로 논문이나 연구 프로토타입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이런 부분이 아쉬워서 박사 졸업 후에는 기업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제 연구의 결과물을 실제로 많은 사용자가 이용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Google WTM 장학생에 대하여…

WTM을 어떻게 알게되셨어요? 그리고 어떻게 지원해볼 생각을 하셨나요?

저희 과에 ‘레이디버그’라고 하는 전산학부 여학생 카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지난 WTM 장학생 분들이 홍보를 해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사실 작년에도 공고와 에세이 질문들을 보았었는데 그때는 제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지레 겁먹고 지원을 하지 않았었어요.

한 해가 지났다고 해서 제가 한 활동이나 경력이 드라마틱하게 달라진건 아니지만 작년보다 올해 개인적으로 좀 더 멘탈이 강해졌다고 해야하나…? 도전의식이 강해져서 우선 지원해보고 되면 좋은거고 안되면 씁쓸하겠지만 에세이를 쓰면서 제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지원했어요.

실제로 에세이를 쓰면서 저의 경험을 되짚어보면서 많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어요. 에세이를 쓰고 나니까 붙어서 다른 사람들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더 강해졌었어요.

WTM 지원할때 CV를 제출해야되잖아요. 여러 경력들과 수상이 필요한가요? 어떤 내용들을 채우셨나요?

저는 석사생이다보니 제출 당시 가지고 있던 논문과 포스터 publication과 이전에 연구실, 회사 인턴 했던 경력을 그 때 했던 프로젝트의 간략한 설명과 함께 적었어요.

일에 관한 경력 이외에도 여성이나 다른 소수자를 위해 했던 활동들이 중요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부끄럽게도 CV에서 눈에 확 띌 만큼 직접적인 활동이 당시에 없었어요. 제 경험 중 가장 이타적인(?) 부분이 조교 활동과 연구실에서 학부생 인턴 지도했던 것이라 생각해서 Teaching Experience라는 섹션 아래 적었어요.

이외에 개발 동아리나 캠프 활동 같은 것도 extracurricular experience로 넣고, 해커톤이랑 학회 포스터상 수상 경력도 넣었던 것 같아요.

지원을 영어로 해야하는데.. 영어에 거부감은 없으셨나요? 어떻게 영어로 지원을 하셨죠?

저는 사실 중고등학교 5년을 해외에서 거주하기도 했고, 연구를 할 때 영어로 된 논문도 많이 읽고 글쓰기나 발표도 모두 영어로 해야하기 때문에 영어에 대한 거부감은 없어요. 그래도 면접에서는 너무 떨려서 영어가 잘 안나와서 정말 망했다 생각하긴 했어요…ㅋㅋ

면접은 어떤식으로 준비하셨나요? 면접문제는 어떤 식으로 나오던가요?

면접은 크게 두 파트 였어요. 첫 파트는 에세이에 작성한 제 경험에 연관지어 diversity & inclusion에 관한 질문들 위주였어요. Diversity & inclusion이 왜 중요한지, 제가 했던 경험은 이런 부분들에 어떻게 기여한다고 생각하는지 등 경험에 기반한 제 의견과 생각을 묻는 질문이 많았어요. 구글에 면접 후기를 찾아보니 거의 에세이 내용을 물어본다고 해서 내가 뭘 썼나 다시 읽어보고 내용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고 갔어요.

두번째 파트는 coding test였고 두 문제를 받았어요. 예전에 학교에서 기업탐방으로 구글을 방문해서 코딩 면접 준비에 관한 팁을 들었었는데, 그 때 코딩 면접을 볼 때 제가 무슨 코드를 짜려 하는지 면접관 님에게 설명하고 말을 하면서 준비하는게 좋다고 해서 그렇게 했어요. 비효율적이지만 당장 생각나는 코드부터 적어놓고 면접관 님과 이것저것 이야기하면서 코드를 수정했어요. 이런 코딩 면접 유형의 문제를 오랜만에 풀어봐서 면접 전날 LeetCode에서 “딱 세 문제만 풀어보고 가자”하고 풀고 갔어요.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문제들이 다 LeetCode에 진짜 있는 문제들이었어요. 면접 전에 풀어보는게 많이 도움 되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들이 WTM에 지원할 자격이 될까요? 구글 장학생이라니… 되기 힘들진 않나요?

기술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위에서도 살짝 언급했듯이 저는 여성이나 다른 소수자를 위해 active하게 했던 활동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최대한 제 개인적인 경험을 차근차근 되짚어보면서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저는 학부생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대부분의 그룹에서 혼자 여자였거나 극소수의 여자 중 한명인 경우가 많았어요. 당시에는 잘 느끼지 못했는데 그저 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제가 받았던 심리적인 압박이 굉장히 컸다는 걸 사실 WTM 지원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제 학부 생활을 곱씹어보며 느꼈어요. 제가 전산학부에 진학할 당시에만 해도 제 학년 전체 60여명 중 여자는 3명밖에 없었어요. 어디서 전산학부라고 말하면 “와 전산과 여자 처음 봐.”라던지 “전산과에 여자 거의 없지 않아?”라는 반응이 대다수였어요.

직접적이고 의도된 차별은 아니지만, 이런 말들을 계속해서 듣다 보니 제가 이 그룹에서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저도 모르는 새 머리에 박혔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뭔가를 조금 못했거나, 어떤 실수를 했을 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저 개인이 아니라 여학생 전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잘못된 인식을 가질까 봐 불안할 때도 많았고 잘해야한다는 압박이 정말 심했어요.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러 특히 남자가 다수인 그룹에 갈수록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더 과도하게 노력하기도 해요.

에세이에는 이런 생각과 함께 대표적인 경험 한가지를 예시로 들어 그 경험 속에서 편견과 싸우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고, 그 그룹 내에서 기회의 균등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했어요.

결국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하자면, 꼭 거창한 활동이나 경력이 있지 않더라도 차별이나 소수자여서 느꼈던 소외감을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겪은 경험을 깊게 생각하다 보면 거기서 본인만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WTM retreat에서 인상깊었던 활동이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모든 활동들이 특별했지만, 딱 떠오르는 건 imposter syndrome에 대한 이야기와 #IamRemarkable workshop이었던 것 같아요. Imposter syndrome은 한국어로는 사기꾼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자신이 이룬 업적이나 성공에 대해서 의심을 해서, “사실은 이건 다 운이고 난 정말 무능력한 사람인데 남이 알아채면 어쩌지”하고 두려워하는 심리적인 현상이에요. 누구나 보면 “어 내 얘긴데” 할 것 같은 현상이죠. 저도 그랬는데 retreat에 정말 대단한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런 친구들도 저 얘기에 공감하는 것을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다같이 공감한다는 사실 자체가 뭔가 위로가 됐어요.

#IamRemarkable workshop에서는 이런 셀프 의심, 셀프 깎아내림 대신 셀프 칭찬을 하는, 자신이 remarkable한 점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자랑하는 시간이에요. 한사람 한사람 말할 때마다 다같이 박수쳐주며 응원해주고 북돋아주는 모습이 아직도 생각하면 벅찬 경험인 것 같아요.

CS와 나, 나와 CS

CS에 대해 열정이 넘치시는거 같아요! 혹시 CS가 너무 좋아서 컴퓨터만 하시는 건 아니신가요..? 다른 비 CS 활동들 중에 후배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게 있으신가요?

작년부터 요가를 시작했는데 몸도 건강해지고 머리가 복잡할 때마다 하면 정신을 맑게 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아요!!! 특히 계속 앉아서 모니터만 보다 보면 자세가 정말 안좋아져서 계속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잖아요 ㅠㅠ 요가 하고 나서는 전반적인 몸 컨디션도 많이 좋아지고 부분부분 아플 때 어떻게 하면 완화되는지 터득해서 제 몸을 제가 더 잘 컨트롤 할 수 있게 된 느낌이에요.

CS분야를 막 공부해보려는 학생들에게 CS 영업 좀 해주세요..! CS하면 좋은 점이 뭐가 있을까요?

랩탑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공부하고 일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분야와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도 정말 커서 개인의 관심사와 CS를 섞으면 뭐든 할 수 있는 게 나오는 것 같아요.

장점만 있진 않을거같은데.. 힘들었던 점은 뭐가 있었나요?

오래 생각했는데 단점까진 아니고 조금 힘든 점은 저는 개인적으로 프로그램을 짤 때 풀집중을 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 길어서, 짧게 나눠서 하지 못하고 한 번 시작하면 앉은 자리에서 확 진도를 빼버리는 스타일이에요. 그러다보니 밤도 많이 새고 매일 매일 취침시간 기상시간이 달라진다는 정도…? 나쁜 습관인 것 같아서 규칙적으로 살면서도 능률적으로 일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ㅎㅎ

CS를 공부하려고 하는, 아니면 공부하고 있는 여학생들에게 특별히 조언해주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본인이 흥미를 잃어서가 아닌 이상 다른 이유로 하고 싶은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

긴 인터뷰 응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추가로 여쭤보고 싶으면 연락드려도 될까요?

hyunsungcho@kaist.ac.kr